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조상들이 부끄럽다.
그들은 우리에게 문화를 남겼지만,
문화를 널리 퍼뜨리는 법을 남기지 않았다.
일본, 미국, 유럽, 중국 등은 자국의 문화적 특색을 정의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그것들을 활용한 상업적인 문화마케팅을 하고 있다.
그들의 조상 역시 우리의 조상과 마찬가지로 특유의 문화들을 남겼다.
하지만 그들과 같은 조건에서 시작한 현재 우리의 문화적 위치는 과연 어디인가.
역사적 관점에서 본 우리나라의 변명은 각설하자.
중국은 신사회주의로 넘어가면서 일본의 침략을 받았지만, 문화적 위치는 우리나라보다 높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과 세계대전등으로 나라가 몰락했었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문화적 위상은 우리나라보다 높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차이를 어떻게 해석하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문제는 '문화의 적극도'이다.
중국은 쿵푸와 길고 긴 역사를 앞세워 그들 스스로의 정통성을 확립했다.
일본은 AV와 게임, 사무라이등의 기타 복합적인 진실을 미화시켜 그들 스스로를 포장한채 세계와 마주했다.
하지만-기타 다른 요소들의 차이를 소거하고라도- 이런 문화 적극도가 높은 나라들은 한가지 전혀 엉뚱한 곳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바로 영웅이 있다는 것.
그들의 미디어는 시대의 한 상황, 한 측면에 편향해 하나의 영웅을 만든다.
그 영웅은 곧 대중들에게 하나의 패드, 혹은 트랜드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대중들에게 자국의 문화를 되씹게 하는 재료로, 타국에는 문화를 전파하는 음식이 된다.
이것이 그들과 우리와의 차이다.
우리나라는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이순신이나 세종대왕 정도의 위인들이 있지만, 하지만 그들은 이미 '고대'라 칭해도 좋을 만큼의 과거의 인물들이다.
역사적으로 생각해보자.
역사는 영웅을 만드니까.
광주민주화운동때 영웅이 탄생할 수 있었다.
6.10 만세운동때 역시 영웅이 탄생할 수 있었고,
근현대에 있었던 격동의 시기때마다 영웅들이 탄생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지금까지 대중의 영웅으로 남아있지 않다.
모든 격동하는 역사의 중심에 우리나라는 '민중'만이 영웅이 되어 왔다.
지금 우리나라의 문화를 대변하여 정권에 대항하는 이가 있다면,
-또 역시 이를 문화적으로 트랜드화시켜 좋은 이미지의 문화를 세계적으로 퍼뜨릴 만한 수완 있는 자들이 있다면-
무언가 우리 안의 것이 바뀌리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다못해 광화문 앞에서 한국적인 것을 락등으로 승화시켜 이 시대를 한탄할이라도 있다면,
-아무리 적어도 우리나라의 R.A.T.M이라는 애칭은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솔직해지자.
영웅이 아니라 광대라도 좋다.
이소룡의 사망유희 이후 성룡의 취권이 나오면서 어떤 이는 말했다.
영웅이 죽고 광대가 춤춘다.
세상은 영웅을 원하지만, 영웅은 이미 죽었다.
그렇다면 좋다.
광대라도 세상에 나와 춤을 췄으면.
우리는 우리를 말하는 광대가 필요하다.
한명의 광대는 수백만명에게 웃음을 주니까.
하지만 과연, 그런 이가 있을까라는- 그런 자조섞인 생각을 해본다.
대한민국 참 좆같다.
-2008. 06. 10.